실탄 8발 품은 채 돌아온 소총…6·25 전사자의 마지막 시간이 복원됐다

전쟁은 끝났지만, 돌아오지 못한 청년들의 시간은 유품 속에 멈춰 있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가 6·25전쟁 전사자 5명의 유품 81점에 대한 보존처리를 마치고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전달했다.
이번에 보존처리된 유품은 고 조도형 하사 등 전사자들의 계급장, 화기류, 철모 부속품, 응급치료키트 등이다. 오랜 세월 흙 속에 묻혀 있던 유품들은 보존처리를 거쳐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고 조영호 일병의 M1 개런드 소총에서는 총알 8발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안전장치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끝내 발사되지 못한 실탄은 당시 전장이 얼마나 긴박했고, 한 청년의 시간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멈췄는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그는 당시 24세였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였고, 돌아가야 할 집이 있었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섰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철모 부속품에서는 ‘UNITED’ 각인과 코팅재료도 확인됐다. 작은 금속 조각 하나에도 전쟁의 흔적과 호국의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
센터는 2023년부터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의 요청을 받아 전사자 발굴 유품 보존처리를 이어오고 있다. 유품을 보존하는 일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이름 없이 묻힌 희생을 다시 기억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시간을 후대에 전하는 일이다.
내년 말까지는 전사자 6명의 유품과 대형 총기류, 흑백사진 등 74점이 추가로 보존처리된다. 특히 흑백사진은 일부 인물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보존처리를 통해 또 다른 호국영령의 이름을 되찾을 가능성도 기대된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앞으로도 보훈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이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관련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녹슨 소총과 낡은 계급장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남아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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