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음주운전 은폐 도운 피고인, 범인도피방조죄 인정

대법원이 타인의 허위 운전자 진술을 도운 음주운전 피고인에게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음주운전 피고인이 자신을 위해 이뤄진 타인의 허위 진술을 용이하게 한 경우,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지만, 타인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우는 행위는 방어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사건은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이 동승한 친구의 허위 진술을 용이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친구는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자라고 허위로 말하고 음주측정에 응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 같은 범인도피행위를 방조했다고 봤다.
쟁점은 범인이 자신을 위한 타인의 범인도피행위를 도운 경우에도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하는지였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범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기존 판례 법리를 유지했다. 범인이 타인의 허위 자백이나 진술을 촉진·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해 수사 방향을 왜곡한 경우, 이는 통상적인 자기방어 범위를 넘어선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특히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가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봤다. 단순히 도피 자금이나 장소를 제공받는 경우와 달리, 허위 범인을 내세우면 진범 발견이 방해되고 수사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친구의 허위 운전자 진술을 용이하게 했고, 음주운전 진범의 발견을 방해할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유죄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반대의견도 있었다. 이흥구·오경미·서경환·권영준·박영재 대법관은 범인의 방조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형법 문언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교사행위와 달리 방조행위는 새로운 범죄자를 창출하는 행위반가치가 없다는 이유다.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등 형사사건에서 타인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우는 행위의 처벌 범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범인의 자기방어권과 형사사법 방해 행위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적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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