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전부는 아니다”…강간 유죄 판결 뒤집은 대법원

대법원이 강간 사건에서 DNA 감정 결과만 믿고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이 강간 혐의 사건에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다고 주장한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나왔다는 점이었다.
1심은 피고인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뒤늦게 제출된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DNA 검사는 과학적인 증거이지만,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특히 이 사건 바지는 사건이 발생한 2021년 8월 27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2년 넘게 피해자가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제출됐다.
그동안 바지가 어떻게 보관됐는지, 누가 만졌는지, 오염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은 없었는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또 바지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DNA뿐 아니라 알 수 없는 남성의 DNA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이라면 검사가 바지의 보관 과정과 DNA 감정 결과가 믿을 만하다는 점을 더 자세히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쉽게 말하면, “DNA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DNA가 사건 당시 묻은 것이 맞는지”, “증거물이 중간에 오염되지 않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도 밝혔다.
다만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DNA 감정 결과라면, 그 증거가 믿을 만한지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2심이 DNA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에서 심리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과학수사 결과도 중요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증거가 어떻게 보관되고 제출됐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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